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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일이다세 남자와 소나무 숲길을 걷고 있다. 정상에 이르는 길은 여러 갈래지만, 약수터에서 오르는 이 길을 참 좋아한다. 오르막이 이어져 등줄기에 땀이 흐르면, 무거웠던 몸도 가벼워지고 기분도 상쾌해진다. 스치는 풍경도 일품이고, 아버지에게 힘들다며 쉬어가자는 엄살을 부려도 애교로 보이기 딱 좋은 코스이다. 여학교 일학년 때라고 생각된다. 나하고 좋아지내던 상급생 언니가 나를 통해서 알게 된 내 친구를 나보다 더 좋아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그때 한꺼번에 두 가지를 잃어버렸다. 지금까지 언니처럼 믿고 의지해 오던 상급생 언니, 그리고 한시도 떨어질 수 없는 절친한 친구를 한꺼번에 잃은 섭섭한 마음에 사로잡혔다. 나는 내 친구가 나보다 뛰어나게 예쁘기 때문에 사랑을 빼앗겼다는 자격지심으로 미국에 계신 아버지에게 "왜 나를 보기 싫게 낳아 주셨느냐?"고 원망스러운 항의 편지를 보냈다. 그때 아버지는 어리석은 철부지에게 점잖게 일깨우는 회답을 해주셨던 기억이 새롭다. 회답의 내용이란, 대략 인간은 얼굴이 예쁜 것으로 잘 사는 것이 아니라 보다 마음이 아름다워야 사람 노릇을 한다고 타이르는 말씀이었다.그러나 외모가 예쁘고 미운 문제 때문에 고민하던 나에게 아버지의 하서(下書)가 위로가 될 리 만무하였다. 액자에는 하얀 여백에 眞光 不煇(진광불휘) 라는 글씨가 두 줄 종으로 쓰여 있고 줄을 바꿔 賀 上梓 (몸으로 우는 사과나무 상재를 축하하며)라는 글씨가 역시 두 줄로 있다. 다음은 여백을 넉넉히 두고 대나무를 그렸고 아래는 1986년 처서절이라 쓰여 있다. 처음과 끝 부분에 낙관을 찍었다. 우선 생활정도는 우리 정도로 잡았다. 왜냐하면 우리보다 잘 사는 사람도 많고 못사는 사람도 많은데 내 어림짐작으로는 우리보다 잘 사는 사람과 못사는 사람의 수효가 비등비등한 것 같으니 우리가 중간 즉 보통 정도는 될 것 같았다. 그런 식으로 만들어 본 보통 사람은 대략 이러했다. 전철 안에서 mp3를 듣는다. 주머니 속의 뮤즈, 날렵한 시간 도둑. 나는 요즘 그에게 빠져 있다. 공원에 갈 때도 잠자리에 들 때도 요즘엔 늘 그와 함께다. 요즈막의 나는 사랑에 빠진 사람들의 공통적인 징후를 여지없이 드러낸다. 그와 함께 하는 시간만큼은 누구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다. 다른 만남도 당연히 줄였다. 그와 함께인 순간에만 본연의 나로 돌아와 있는 느낌이다. 거기가 어디인지 모르지만 지평선이 보이는 곳에 가보고 싶었다. 얼마 전에 그런 걸 알 만한 지인에게 물어보니 전북 김제시에 가면 지평선을 볼 수 있다고 했다. 전북 김제시, 낯설다. 그래도 용기를 내야지. 언제 꼭 가보고 말테다. 거기 가서 무엇을 하랴. 그냥 멍하니 앉아있다 오면 좋겠다. 꼭 그랬으면 좋겠다. 머릿속을 비우고 소소한 근심걱정 내려놓고(정말 큰 걱정거리가 있으면 그기에 가지 못한다. 걱정거리는 꼭 작은 것이어야 한다.) 멍하니, 백치처럼, 전혀 심각하지 않게 앉아서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그저 하나의 풍경이 되어보고 싶은 것이다.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예술은 치료의 형태를 띤다고 했다. 맞는 말인 것 같다. 아름다운 음악을 듣거나 멋진 풍경화를 보고 있으면 잔뜩 굳어있던 마음도 카스테라처럼 금세 부드러워지니 말이다. 영화도 그렇다. 영화 속 주인공의 고통을 지켜보고 있으면 나의 걱정거리는 어느새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숱한 시련 끝에 마침내 주인공이 행복해 지는 걸 볼 때는 왠지 내 삶의 가지에도 ‘희망’이란 수액이 올라오고 있는 느낌이 든다. GentleUnripeFrog.gif
겸허하게 고개를 숙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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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는 두 가지 맛이다 비교의 우위에 있는 사람에겐 비타민 C맛인 반면, 상대방에겐 씀바귀 맛이다. 어느 교회에서 예배당 신축공사 기금을 모우기 위해 고심하고 있었다. 궁리 끝에 교회 게시판에다 신자들의 개인별 헌금액수를 막대그래프로 그리기 시작했다. 누가 헌금을 많이 내고 있는지 어린 아이까지도 금방 알 수 있었다. 그 덕에 공사를 2년이나 앞당겨 준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사람들 마음속에 깔려있는 비교 심리와 경쟁심을 자극한 것이다. 나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정자의 육각형 지붕이 잘 바라다보이는, 내 지정석으로 가서 앉는다. 의자의 차디찬 감촉, 이럴 때, 담배를 피울 줄 안다면 한 개비쯤 뽑아 물어도 좋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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